"기성용과 내년에도 함께 하길" 신광훈이 말한 기성용·박태하 감독 그리고 포항

포항 스틸러스
DF 신광훈
최근 K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기성용의 포항 스틸러스 이적 과정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던 이름이 있다. 바로 포항 스틸러스의 최고참 신광훈이다. 박태하 포항 감독이 신광훈의 의견을 직접 구할 정도로 존중을 보여주었고, 신광훈이 기성용을 크게 환영하면서 이번 이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스토리가 공개되면서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신광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자신이 한 건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기성용의 포항행과 관련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포항 최고참의 2025시즌 리뷰, 그리고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무더운 요즘 날씨에서 살아남는 법 등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얘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팬들에게 솔직하게 전했다.
신광훈은 포항과 함께, 그리고 힘든 시기를 겪고 포항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과 함께 다가오는 하반기 K리그1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길 바랐다. 차분하면서도 포항의 무게 중심을 잡으며 높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강철군단의 최고참 이야기를 전한다. "포항이라는 그릇에 담기면, 선수들 색깔도 자연히 바뀝니다"
Q. 후아힌 전지훈련에서 만나서 인터뷰한 지 벌써 반 년이 지났어요. 벌써 후반기인데, 지금까지 어땠나요?
"이제 절반 이상 지나갔고요.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팀이 안정 궤도에 올라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긴 해도 초반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작년에는 전반기가 좋았는데 올해는 스타트가 좋지 못했어요.
"축구에서는 흐름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작년엔 초반 흐름을 잘 탔는데, 올해는 좀 퐁당퐁당했어요. 그래도 시즌은 마라톤이고, 초반에 빨리 치고 나가면 지치기도 하니까요. 우승팀들도 위기는 항상 있고, 다만 그게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Q. 동계 훈련을 잘 치러놓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할텐데, 최고참으로서 팀 중심 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뭔가 쫓기는 느낌이었고요. 위에 단추 하나만 채워지면 밑으로 잘 풀릴 텐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었죠. 훈련도 짧게 진행돼서 준비에 확신을 갖기 어려웠어요. 말레이시아 원정에,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르다보니 공인구도 계속 바뀌었고요. 완델손 등 부상도 겹쳐서 초반은 꽤 힘들었습니다."
Q. 작년에는 믿고 기다려줬던 팬들이 초반부터 화가 많이 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압박감이 컸을 듯한데
"엄청났죠. 주장도 바뀌고, 감독님 코치님들도 다 프레셔가 있었어요. 결국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고, 경기 결과로 풀어내야 했죠. 팬들이 욕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만한 결과와 과정을 못 보여드렸으니까요."
Q. 그래도 포항은 반등했어요.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볼 때마다 포항은 참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포항은 위기 때 뭉치는 힘이 있어요. '족보 없는 축구는 가라' 같은 팀 정체성도 있고요. 전통만으론 안 되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어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안다고 할까요. 개개인 능력은 부족해도, 조직력으로 부딪힐 땐 강한 팀입니다."
Q. 커리어를 통해 여러 팀에서 활약했는데 포항은 뭐가 다르다고 느끼세요?
"저는 포항을 물 같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물은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잖아요. 이 팀은 포항이라는 그릇에 담기면 자연스럽게 선수들도 그 모양을 닮아가요. 각자 자기 색보다 팀 색에 더 맞추는 문화가 있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뭉쳐지는 힘이 있는 팀이에요."
"에어컨 싫어하는 제가 결국 달았어요"
Q. 요즘 여름이라 너무 더운데요. 노장 선수 입장에선 어떠세요? 버티는 게 쉽지 않을텐데
"사흘 쉬고 훈련을 다시 시작했는데요. 진짜 말로 '야, 힘들다'라고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였어요. 너무 덥고, 특히 경기는 그나마 해가 진 7시쯤 하니까 좀 낫죠. 하지만 훈련은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때 하잖아요. 진짜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에어컨 바람을 안 좋아해서 집에도 에어컨을 안 달았거든요. 선풍기 두 대만 있어도 여름을 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더우면 클럽하우스에서 자기도 했는데… 올해는 결국 에어컨 달았습니다. 제가 에어컨 싫어하는 사람인데도요. 그 정도로 더워요. 매년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 같고, 이번 여름은 정말 못 견디겠더라고요."
Q. 다른 이야기지만, 이 더위 때문에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추춘제를 바란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냥 앉아 있는 것만 해도 엄청 더운 날씨잖아요. 지난 FC 서울 원정 같은 경우엔 28분 만에 퇴장당해서 박진감도 없고, 경기 내용도 재미가 없었죠. 그날 2만 명 넘는 팬들이 오셨는데, 땀 흘리면서 '와, 재밌다!' 해야 할 타이밍에 좀 루즈하고 일방적으로 흐르니까… 너무 지루하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좀 네…, 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